케이큐브홀딩스의 퇴장이 아쉬운 이유

2023. 3. 29. 21:15기업 이야기/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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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카카오를 탄생시켰던 케이큐브홀딩스가 이제 제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NHN 대표였던 김범수 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실리콘벨리 창업 생테계를 국내에 이식하고자 2007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설립 후 첫행보로 이제범 대표의 아이위랩에 투자했으며, 아이위랩은 성장을 거듭해 현재의 카카오가 되었습니다.

카카오는 케이큐브홀딩스의 자회사로 시작했지만(당시 아이위서비스의 아이위랩 지분율은 약 86%) 카카오톡의 성공 이후 김범수 센터장을 비롯하여 다른 기업들의 직접적인 투자를 받았고, 이에 따라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분율이 점차 줄어들어 지분 1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게 되었습니다.

카카오의 빠른 성장과 함께 주주 구성도 다양해지자 케이큐브홀딩스는 이해상충 문제를 막기 위해 모든 사업을 중단하였습니다. 처음 설립취지였던 창업 생태계 활성화도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와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이 진행하게 되었고 케이큐브홀딩스는 그저 카카오의 주주로서만 존재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여타 다른 비금융사처럼 간간히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도 했지만 케이큐브홀딩스의 대부분의 매출은 카카오에게 받는 배당금이었습니다. 딱히 진행하는 사업이 없지만 배당금은 꼬박꼬박 들어오니 영업 외 수익만 많은 기이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에 매출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기업 정관에 ‘기타 금융투자업’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논란 전 케이큐브홀딩스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전방위적 ‘카카오 때리기’가 유행하면서 케이큐브홀딩스도 비난의 타깃이 되었습니다.

자녀의 근무, 김화영 전 대표의 퇴직금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죠. 이에 김범수 센터장은 기업 총수로서 유례없이 3번씩이나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며 사람이 살면서 평생 동안 받을 비난과 조롱을 한꺼번에 다 받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카카오 투자 이후 케이큐브홀딩스의 존재 이유가 애매했던 만큼 회사 자체를 정리하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미 가치가 커진 카카오 주식 10%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었죠.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카카오와 합병하여 정리, 두 번째로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합병하여 벤처기업 M&A를 진행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죠. 그러나 카카오 주주와의 이해관계 문제도 있고 법적인 부분에서도 추친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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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제가 생각해 본 방안입니다 ㅎㅎ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센터장 가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자회사인 케이큐브임팩트와 함께 준비하고 있던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더욱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 자체를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보니 소셜임팩트 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이후 케이큐브홀딩스는 수백억 상당의 카카오 지분을 기부하기도 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작하였고, 그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공정위가 또 억까를… (공또까)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했다며 제제를 가했습니다. 정관에 ‘기타 금융투자업’을 추가했으면서 카카오에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이유였죠. 

실제로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업을 영위했는지는 공정위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기업으로, 자기 자금으로 카카오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 대기업이 제3자의 자본을 조달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산분리 규제와는 본질적으로 전혀 무관했지만 그런 부분은 공정위가 관심 가질 리 없죠.

공정위는 다른 대기업들의 명백한 금산분리 위반은 경고조치로 넘어갔지만 금산분리 원칙의 적용대상도 아닌 케이큐브홀딩스는 고발조치까지 강행하였습니다.

정말 고옹정한 공정위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케이큐브홀딩스도 ‘억까’를 당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순진해서 그냥 공정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뿐입니다.

 

2023.02.14 - [IT 이야기/카카오] - 카카오모빌리티 제재로 콜 골라잡기 정당화한 공정위, 모빌리티 혁신은 끝났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김범수 센터장은 결국 무리하더라도 어떻게든 케이큐브홀딩스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한 것 같습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공동체 지배구조에 종종 걸림돌이 되었던 만큼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지만, 이렇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회적 기업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기도 전에 불명예스럽게 퇴장하게 된 것은 씁쓸할 따름입니다.

스타트업 불모지에서 카카오를 발굴하여 굴지의 대기업까지 성장시킨 케이큐브홀딩스의 여정은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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